내리막길 중립 기어로 주행해도 괜찮을까? 흔히 내리막길에서는 관성과 중력으로 인해 액셀을 밟지 않아도 속도가 유지되거나 가속이 된다. 그 덕분에 내리막길 주행에서는 연비가 높아진다. 자동차 오너에게 있어서 연비가 높아지는 것은 마치 급여가 오르는 것과 같다. 기분 좋은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나아가 연비에 대한 욕심이 과해지면 차량이나 안전에 위험을 무릅쓰고까지 연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은 연비에 대한 이야기 중 가장 많이 착각하고 있는 내용 중 하나인 '내리막길 중립 기어 주행'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내리막길 중립기어 주행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리막길에서 중립기어로 주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고, 생각과 다르게 연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리막길에서 중립기어로 주행하면 연비가 좋아질 거라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내리막길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특별한 동력이 없어도 속도가 유지되고 가속이 붙는 구간이다. 그래서 중립 기어로 주행을 해도 속도가 올라간다. 이때, 일반 기어와 다르게 중립기어는 동력 전달을 하지 않는다. 그 말은 곧,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름을 사용하지 않는데 차는 움직인다? 이게 바로 내리막길에서 중립 기어로 주행하면 연비가 좋아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중립기어로 내리막길을 주행해도 연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퓨얼 컷 기능 때문이다.
퓨얼 컷
퓨얼 컷이란 쉽게 말해서, 차량 컴퓨터가 가속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스스로 연료를 차단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가솔린 엔진의 1,500 rpm 혹은 디젤 엔진 1,300 rpm 구간에서 작동되는 시스템이다. 운전자는 차량 운행 중에 관성으로 운행하는 구간을 느낄 수 있는데, 그 구간에서 퓨얼 컷 기능이 발동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퓨얼 컷 기능이 발동되면 연료의 개입 없이, 평지에서는 약 1km 이상, 그리고 내리막길에서는 그보다 더 멀리 주행이 가능하다. 자동차 회사 및 모델마다 각기 차이가 있지만, 최근 생산되는 차량에는 기본적으로 장착되어 나오는 기술이라고 한다.
내리막길에서 중립으로 주행하는 것이 연비에 좋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 퓨얼 컷 기능 때문인데, 그 이유는 이 기능이 중립 기어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중립 기어에서는 차량 컴퓨터 시스템이 연료를 차단하지 않는다. 중립기어에서는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지 않을 뿐, rpm을 유지하기 때문에 엔진에는 꾸준히 연료가 공급되는 상태이기 때문에 연비에 좋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주의사항
중립기어로 내리막길을 주행하면 연비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좋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변속기 및 엔진과 관련된 부품들을 교체해야 할 수도 있다.
기어가 없는 중립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주행했다면, 내리막길이 끝나는 시점에서는 다시 기어를 넣고 주행을 이어가야 할 것이다. 이때, 완전히 정차한 후 기어를 넣는 것은 그나마 낫지만, 만약 주행 중인 차량에 기어를 넣는 행위를 한다면 차량 미션에 큰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
실제로 내가 예전에 레이를 몰던 때, 약 7km 내외의 내리막길을 주행할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중립으로 기어를 놓고 주행하기도 했다. 그때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가는 지점에서 기어를 넣었는데, rpm이 치솟는 것은 물론이고, 기어가 맞물리는 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그 이후로는 다시는 내리막길에서 중립기어로 운행하지 않게 됐다.
다행히 한 번에 그친 행동이기 때문에 수리를 받을 만큼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런 주행을 반복했다면 머지않아 큰 수리비가 청구되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리막길에서는 굳이 중립으로 기어를 넣지 않아도 퓨얼 컷 기능으로 인해 충분히 내리막길 연비가 보장된다. 오히려 중립 주행 시 차량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연비 1~2,000원 아끼려다가 수 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 원 까지 손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정상적으로 D에 놓고 내리막길을 주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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